먼저, 쓰게 된 계기는 좀처럼 자기 자랑을 하지 않는 아내를 조금 알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 테크 리쿠르터를 뽑는 기업, 부트캠프를 운영하는 교육기관 및 회사, 인재를 연결하는 업무가 있는 스타트업 관련 기관(액설러레이터, 정부 기관) 등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어디까지나 바람이지만 정말 그리되면 좋겠습니다.^^)
PyCon APAC 2016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했었던 아내의 모습.
작은 사무실을 구해 아내와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시점에, 지금은 지인이신 김정, 김진원씨가 운영하는 회사(당시, 오로라플래닛이라는 이름의) 사무실에 화재가 났었다. 그 소식을 접하고 아내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마른 수건들을 챙겼다.
지금에 와서야 내 솔직한 생각을 말하면 이렇다. 그저 일면식만 있을 뿐인데 도와준다고? 잘 아는 지인도 아닌데, 도리어 낯선 사람이 화재 현장에 와서 도와준다고 하면 당사자들이 불편하지 않을까? 정말 가도 괜찮나? 어떻게 저렇게 행동할 수 있지? 뭐 등등 여러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망설임 없이 해당 사무실에 도착하여 조금이라도 현장 수습이 되고자 열심히 도왔고, 그 때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지금도 아내에게 당시, 잘 아는 사이도 아닌데 왜 도우러 간거야?라고 물으면 "당연히 도와야하는거 아냐?" 반문한다. 페이스북 메시지로 10분 전에도 물어봤지만 대답은 항상 같다. 솔직히 아내의 모습 중 가장 멋진 부분이라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손해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세상에서 이렇에 선의를 아무렇지 않게 베푸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선정릉역 부근에서 '하이브아레나'라는 이름으로 코워킹 스페이스를 운영했었다. 약 3년간 운영하면서 사람들에게 개발자들이 자주 찾는 코워킹 스페이스로 알려졌다. 단순히 국내 개발자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개발자들이라면 한번쯤 들리는 공간으로 알려져 있었다.
공간을 운영하면서 나는 다소 신기한 경험을 했다. 우리 공간을 막 오픈했을 당시, 크게 공간을 마케팅할 예산이 없었다. 더욱이 해외에 알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 처음에는 정말 우연히 외국인 한 두명이 방문한 정도였다. 그런데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공간을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외국인들도 등장했다.
그들 중 많은 친구들이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하이브아레나라는 이름을 잘 모르는데(생소하니까), 내 아내의 이름을 안다는 것이다. 어떤 친구는 처음 방문하면서 나에게 이렇게 물어본 적도 있다. "여기 혜경 있어요?(Is hyekyung here?)" 그래서 내가 얼떨껼에 대답했다. "네 있어요.(She is here.)" 이런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당시 이런 생각을 했다. 미국에서 한국을 처음 온 친구가 도대체 내 아내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는거지?
몇 번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보니 정말 내가 친구들에게 물어본 적도 있다. 도대체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는거야?라고 물으니 우리 공간을 방문했던 친구에게 들었단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또 물어보니 또 다른 친구에게서 들었단다. 말 그대로 외국인 개발자들 사이에서 구전을 통한 추천이 있었다. 서울을 가면 혜경을 찾으라고..
그 이야기를 들은 다른 외국인 친구가 나한테 이야기했다. "하이브아레나를 잘 몰라도 혜경의 이름은 서울을 찾는 외국인 개발자들은 왠만큼 알고 있을껄. 나도 다른 곳에서 혜경을 추천받아 찾아온거야." 전혀 연관성이 없는 이들을 전세계에서 끌어모은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하나같이 내 아내의 이름을 추천받았고 찾아왔다고 한다. 솔직히 난 그게 너무 신기했고, 그걸 바탕으로 우리는 크게 힘들이지 않고, 포브스(Forbes)와 패스트컴퍼니(FastCompany)에 우리의 이름을 등장시켰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우리를, 정확히는 내 아내를 추천받거나, 찾아온 친구들을 친구들의 사진이다.
그 중에서도 개발자들을 좋아한다. 왜 그들을 좋아하냐?라고 물어본 적 있는데 그냥 멋진 사람들이기 때문이란다. 코워킹 스페이스 운영할 당시, 어느 날 아내가 나에게 진지한 제안을 했다. 파이조그(Pyjog)라고 불리는 파이썬 개발자 모임이 있는데 그 모임에서 공간을 찾는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래서 그 모임을 우리 공간으로 모셔오는 거 어떠냐는 것이었다.